그 날 이후
/Project
My Story
■ 작품 소개
나는 고발한다!
고발과 도발의 연극, <그 날 이후>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의 세계적인 희곡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를 재구성한 연극 <그 날 이후>가, 오는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쇳대박물관)에서 공연된다.
‘죽음과 소녀‘는, 1973년 칠레에 쿠데타를 통한 군부 독재가 시작된 이후 망명 생활을 시작한 아리엘 도르프만이, 1990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희곡은 군부 독재 시절 만연했던 납치와 고문 그리고 잔혹하고 야만적인 폭력을, 피해자인 여인의 절규를 통해 고발한다.
“우리가 어떻게 과거의 수인이 되지 않고 과거를 살아 있게 할 것인가?
미래에 과거가 되풀이될 위험을 방지하면서 어떻게 과거를 잊을 것인가?”
독재정권이 몰락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에도 도르프만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군사 쿠데타가 여전히 현재형이다.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분야 선정작이자 공연예술창작집단 ‘스튜디오 반(叛)’의 제 5회 정기공연 프로그램인 이 작품은, 원작이 지닌 무게와 메시지의 내피 위에 CCTV라는 외피를 감싸 일상적 연극 경험을 낯선 체험으로 탈바꿈 시킨다.
연극 <그 날 이후>는 ‘폭력, 고통, 기억’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CCTV를 활용하는데, CCTV는 단순한 연극적 장치가 아닌, 무대와 객석을 아우르는 ‘총체적 감시체계’로 작동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 날 이후>는 ‘무대극’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탈장르적 혹은 복합장르적 형태를 띄게 되며, 이는 원작 ‘죽음과 소녀’가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방식으로 치환되는 동시에, 새로운 연극적 도발로 기억될 것이다.
- 모노드라마로 재구성된 <그 날 이후>를 이끌어가는 배우 서경화는 러시아 연극예술 아카데미(GITIS)를 수료한 정통 연기파 배우로, 이미 20여 편의 연극을 통해 뛰어난 캐릭터 구축력을 선보였다. 2010년에는 <공연과 리뷰> 선정 PAF 예술상 연기상 (세 마녀이야기, 유리동물원)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 ‘죽음과 소녀’는 1991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수상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마이크 니콜슨 연출, 글렌 클로즈, 진 해크만, 리차드 드레이퓨스 출연으로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시고니 위버와 벤 킹슬리, 스튜어트 윌슨이 주연한 영화 ‘시고니 위버의 진실’로 익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 연출의 말
<그날 이후>는 원작인 “죽음과 소녀”에 등장하는 3명의 인물 중, “약자이면서 피해자”인 여성을 중심으로 이미지들을 차용한다. <그날 이후>는 원작인 “죽음과 소녀”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주인공인 여자의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 기억은 어둡고 무겁고 힘겹다. 중압감에 그냥 정신줄을 놓고 싶고 쳐다보고 싶지 않은 날 것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인 여자는 그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반복해가며 기억을 되새김질 해간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고 이어가는 것이, 시간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사회는 ‘약자’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듣는 척만 할 뿐이다.
여자는 군부독재시절에 비밀경찰에 의해 끌려가 온갖 고문과 성폭력을 당하고, ‘여성성‘을 잃어버린다. 어쩌면, 그녀의 일생은 그때 이미 끝나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하고, 떠들어대야 한다.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약자로 대변되는 ‘주인공’(여자)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남편에게조차 자신이 겪은 험난한 경험에 대해 얘기할 수 없었고, 스스로 자신을 가둬야만 했을 것이다. 여자는 슈베르트를 죽음에게 바치려고 한다. 여자가 슈베르트를 들을 수 있게, 그래서 평온한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우리는 행동해야만 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하며 손을 내밀고 잡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그들(약자)의 소리를 들어야 하며, 무엇이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나은 공존 방식을 택해본다. 진실과 용서… 그리고, 스스로 정신적 충격을 깨내는 처절한 자기 정화의 수련이 필요한 것 같다.
<작품 속 기억에 대한 편린>
1.기억-1 :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에 트라우마가 있다.
2.기억-2 : 희망의 빛(어머니의 자궁속)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주인공의 소망
3.기억-3 : 인권조사위원회
4.기억-4 : 목소리
5.기억-5 : 문 : 선택
6.기억-6 : 진실의 증언(CCTV) : 진술(기록)
7.기억-7 : 연주회장
■ 시놉시스
환청인지 실재 소리인지 모를 두 방의 총소리가 울려 퍼진 뒤 나타난 여자가 자신의 남편과 그 날, 자신의 집에 방문했던 사내에 대해 회상 및 재현의 형식으로 독백한다. 그 날, 저녁을 차려놓고 남편을 기다리던 여자는 타이어가 펑크 나는 바람에 도로변에서 도움을 청하다가 친절한 사내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온 남편을 맞이했다. 잠시 뒤에 남편을 도와줬던 사내는 차 안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회 일원인 된 여자의 남편 이름을 듣고 다시 부부의 집에 방문한다. 사내는 여자의 남편을 축하해주고 돌아가려 하지만 밤이 늦었다고 남편이 자고 가라고 권하자 부부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한다.
그 날, 여자는 자신의 집에 머무르던 사내를 의자에 결박한다.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남편이 풀어주라고 하지만 여자는 사내가 그 어느 날 자신의 고문을 방조했던 의사, 그날들 속에서 고문 당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틀던 사내라고 주장한다. 사내는 자신이 그 때의 그 의사가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여자는 순순히 자백을 해야만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결국 여자의 남편은 그 때의 그 의사였음을 자백해야 한다고 사내를 설득한다. 거부하던 사내는 마침내 여자의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자백하지만 여자는 사내를 순순히 풀어주려 하지 않는다. 자백을 함으로써 사내가 그 어느 날 자신이 고문당하는 걸 방조했던 그 의사임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몇 달이 지난 뒤 남편과 함께 연주회장에 간 여자는 자신이 고문했던 사내와 시선이 얽힌다. 사람들에게 위원회 최종보고서가 나왔음을 알리는 남편은 친구에게 자신의 아내가 근사한 칵테일을 만들어줄 거라고 말하지만 여자의 고통은 그 날, 그 날 이후로 끝난 상태가 아니다. 또다시 환청인지 실재 소리인지 모를 총소리 두 방이 울려 퍼지며 막이 내린다.
예매페이지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12016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