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강선 연출, 투르 하우그 참사관, 김영미, 박봉수 PD

65개국 207개 프로젝트 중 단 5편 선정…스튜디오 반,
세계 최고 권위 ‘입센 스코프 그랜트 2026’ 쾌거

 

공연 제작사 스튜디오 반(대표 이강선)이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입센 스코프 그랜트 2026(Ibsen Scope Grants 2026)’에 최종 선정됐다.

노르웨이 정부가 2007년부터 주관해온 본 사업은 Henrik Ibsen의 작품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회·정치적 담론을 확장하는 혁신적 공연예술 프로젝트를 발굴·지원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7개국 58개 프로젝트만이 선정될 만큼 엄격한 심사 기준과 높은 예술적 수준으로 국제 공연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왔다.

올해는 65개국에서 207 프로젝트가 접수되며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5 작품만이 최종 선정됐다.

 

공식 발표는 2026 3 25(노르웨이 현지 기준) 진행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반의 「민중의 적: 거짓의 시대(An Enemy of the People: The Age of Lies)」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작품은 An Enemy of the People(민중의 적)를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과 결합해 재해석한 창작극이다. 특히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간첩 조작 사건을 배경으로, 고문에 의해 ‘자백’을 강요당했던 한 인물이 수년 후 자신이 만들어야 했던 진실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피해자에서 가해자, 탈주자, 그리고 내부고발자로 이어지는 복합적 궤적 속에서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히며, 입센의 문제의식과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트라우마가 강하게 교차한다. 작품은 “다수는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을 넘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안정이 타인의 진실을 희생한 결과일 수 있는지,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면서도 ‘선량한 시민’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또한 상징적이고 실험적인 무대 언어를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와 구조적으로 생산되는 거짓의 문제를 탐구하며, 고전을 동시대적 비평 텍스트로 확장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심사위원단은 인간의 역설과 딜레마를 대담하게 드러내는 미래지향적 예술적 목소리라며, 정치적 통찰과 형식적 혁신이 결합된 작품의 동시대적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스튜디오 반은 본 프로젝트를 통해 2026 하반기 시범 공연을 거쳐 2027 본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본 프로젝트에는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이 공식 후원으로 참여한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 안네 카리 한센 오빈올해 입센 스코프 그랜트에 한국 프로젝트가 선정된 것은 한국 예술계가 지닌 창의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성과라며

입센의 작품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한국과 노르웨이를 이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반은 2007년 창단 이후 국가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현대 사회 구조가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공연 단체다. 「오리엔트: 총과 바이올린」, 「콘크리트 랩소디」, 「꽃잎」 등 작품을 통해 역사적 진실과 구조적 폭력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조명해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 간 장기적 협업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주변화된 목소리를 무대화하며, 지역적 서사를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이자 연출가인 이강선은 사회 구조와 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충돌하는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출가로, 역사적 기억과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결합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이 시대를 증언하는 예술로서의 역할을 한층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는 입센 스코프 그랜트는 세계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담론을 다루는 작품들이 모이는 무대라며 이번 선정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과 노르웨이를 잇는 의미 있는 문화 교류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